트럼프 정부 ‘시민권 박탈’ 본격화…“매달 200건 이상 취소 추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범죄 전력 은폐와 허위 진술 등을 이유로 귀화 시민권자들의 시민권 박탈 절차에 본격 착수하면서 미국 이민사회가 긴장하고 있다.
미 법무부는 지난 7∼8일 연방법원에 총 12명의 귀화 시민권자에 대한 시민권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대상자들은 시민권 취득 과정에서 범죄 사실을 숨기거나 허위 정보를 제출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일부는 귀화 이후 테러단체 지지 행위에 연루됐다고 당국은 설명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이번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 중인 대규모 ‘시민권 박탈(denaturalization)’ 정책의 신호탄 성격으로 평가된다. 국토안보부(DHS)는 지난해 말부터 매달 200건 이상의 시민권 박탈 사건을 상부에 보고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법무부 역시 초기 단계에서 약 400건의 사건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토드 블랜치 법무장관 대행은 성명을 통해 “사기와 중범죄, 테러 지지 행위에 연루된 사람들은 애초 미국 시민권을 받아서는 안 됐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이민 시스템에 대한 중대한 위반 행위를 바로잡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소송 대상에는 감비아 내전 당시 전쟁범죄 연루 의혹을 받은 인물과 아동 성범죄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전직 성직자, 알카에다 지원 혐의 인정자, 위장결혼을 통한 영주권 취득 의혹 사례 등이 포함됐다.
법무부는 감비아 출신 바부카르 음부브가 1994년 자국 내 박해 및 전쟁범죄 연루 사실을 숨긴 채 미국 이민 절차를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2007년 영주권을 취득한 뒤 2011년 시민권자가 됐다.
또 콜롬비아 출신 가톨릭 사제 오스카 알베르토 펠라에스는 시민권 신청 당시 미성년자 성범죄 전력을 숨긴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이후 관련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총기 밀매 조직 연루 혐의를 받는 케빈 수아레스에 대해서도 시민권 취소 절차가 진행 중이다. 법무부는 수아레스가 귀화 신청 당시 범죄 행위를 은폐했다고 주장했다.
미국 정부가 시민권 박탈에 나선 사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실제 적용은 극히 제한적이었다. 시민권 박탈은 연방법원의 판단이 필요하며, 정부는 ‘명백하고 설득력 있는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시민권 박탈을 기존과 다른 차원의 이민 단속 수단으로 활용하려 한다고 보고 있다.
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 로스쿨의 캐산드라 버크 로버트슨 교수는 “짧은 기간 안에 대규모 사건이 동시에 제기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조직적이고 의도적인 정책 변화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바이든 행정부 시절 미 이민국 고위 당국자를 지낸 어맨다 배런 역시 “시민권 박탈은 중대한 조치이기 때문에 수십 년간 극소수 사건만 제기돼 왔다”며 “이번 조치는 법을 공포 수단처럼 활용하는 접근”이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가 귀화 시민권자 사회 전반에 불안감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시민권 취득 이후에도 정부 판단에 따라 박탈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귀화 시민권자들이 태생적 시민권자보다 불안정한 지위에 놓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 내에서는 현재 영주권·비자 심사 강화와 추방 확대 정책이 동시에 추진되고 있어, 트럼프 행정부의 초강경 이민 기조가 한층 강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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