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돌아갈 엄두 안 나”…미국인 해외 정착 늘고 ‘귀국 장벽’ 커져

미국인들이 생활비 절감을 위해 해외로 이동하는 ‘디지털 노마드’ 흐름이 확산하는 가운데, 미국의 가파른 물가 상승과 의료비 부담으로 인해 귀국을 포기하거나 망설이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해외 거주 미국인은 약 55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팬데믹 이후 원격 근무가 보편화되면서 조지아, 동남아시아, 멕시코 등 저물가 국가로 이주한 미국인들이 이른바 '지리적 차익거래(Geographic Arbitrage)'를 통해 풍요로운 생활을 누리고 있으나, 정작 본국으로의 복귀는 재정적 '재앙'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지아 수도 트빌리시에 거주 중인 프리랜서 교육자 니노 트렌티넬라는 연 수입이 4만 달러 미만임에도 가사 도우미를 고용하고 매일 택시를 타며 외식을 즐기는 상류층의 삶을 살고 있다. 그는 "미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생활"이라며 "자녀 교육과 노후를 위해 귀국하고 싶지만, 미국의 살인적인 생활비를 감당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이들이 누리는 풍요는 미국의 '해외 근로소득 공제' 제도와 현지의 낮은 세율, 저렴한 서비스 물가가 맞물린 결과다. 비디오 편집자 코리 오플래너건(43) 은 동남아와 유럽을 오가며 연간 7만 달러를 지출하는데, 이는 고향인 덴버에서 같은 수준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12만 달러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미국인 해외 거주자들이 귀국을 가장 주저하는 요인은 '의료 시스템'이다. 오플래너건은 말레이시아에서 400달러에 받은 정밀 종합검진이 미국에서는 수천 달러에 달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미국의 의료 비용은 공포 그 자체"라고 전했다.
그러나 재정 준비 없는 해외 생활의 위험성도 제기되고 있다. 일부는 해외 소득 공제를 받는 과정에서 미국의 개인퇴직연금(IRA) 납입 자격을 상실하거나, 현지 세법을 숙지하지 못해 세금 폭탄을 맞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소득 발생 국가에서 납세 의무가 발생하는 만큼, 현지 세법과 미국 세법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부는 결국 귀국을 선택하기도 한다. 멕시코에서 저비용 생활을 이어가던 한 미국인은 건강 문제와 장기 재정 불안으로 귀국해 새로운 직업을 준비 중이다. 다만 일정 수준의 자산을 확보한 뒤 다시 해외로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해외 생활이 단기적으로는 비용 절감 효과가 크지만, 장기적인 재정 안정성과 사회보장 체계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Copyright@KSEATTLE.com
(Photo: istockphot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