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IT고위층, 여전히 백인 남성 천국”…DEI 퇴조 현실로

워싱턴주 시애틀이 세계적 기술산업의 중심지로 불릴 만큼 혁신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지만, 다양성·형평성·포용(DEI, Diversity·Equity·Inclusion) 정책은 여전히 공허하다는 비판이 거세다.
거대 기술기업들이 인공지능(AI) 투자 확대를 이유로 대규모 인력 감축에 나서면서, 여성과 유색인종이 지난 수년간 어렵게 쌓아온 성과마저 위태롭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텍사스 출신의 라틴계 제품마케팅 매니저 모니카 시스네로스(32)는 지난 10여 년간 기술업계에서 일하며 수차례 차별을 겪었다. “정확히 어디 출신이냐”는 질문부터, “여성 목소리가 듣기 싫다”는 이유로 회의나 계약 자리에서 배제된 경험까지 다양하다. 그는 “미묘한 무시(마이크로어그레션)부터 노골적인 인종차별까지 겪었다”며 “그런 순간마다 ‘내가 여기 있어도 되는 사람인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컴퓨팅기술산업협회(CompTIA)에 따르면 시애틀 지역 기술업계 종사자는 27만4천 명을 넘지만, 구성은 여전히 ‘백인 남성 중심’에 머물러 있다. 흑인은 전체의 3%, 히스패닉·라틴계는 5%, 여성은 25%에 불과하다. 공공정책 컨설턴트 마커스 커트니는 “기술산업은 오랫동안 백인 남성들의 폐쇄적 네트워크였다”며 “여전히 남성 중심적 ‘보이즈 클럽’ 문화가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 기술기업인 아마존의 경우, 최고경영진 7명 전원이 백인으로 이 중 6명은 남성이다. 29명으로 구성된 ‘시팀(S-team)’은 다소 다양해졌지만, 여전히 백인 남성이 20명으로 다수를 차지한다. 마이크로소프트도 7명의 경영진 중 5명이 백인, 4명이 남성이다. 양사는 최근 몇 년간 성차별 및 보상 불균형 관련 소송에 직면했다.
1990년대 후반 흑인 기술인 아리프 거설은 앨라배마 주 투스키기대학에서 마이크로소프트 채용담당자와 면접을 봤다. 회사 홍보자료 속 흑인 남성의 사진을 가리키며 “그와 연락하고 싶다”고 하자, 담당자는 “그는 직원이 아니라 모델”이라고 답했다. 이후 마이크로소프트에 입사한 그는 10여 년간 근무했으나, 승진할수록 주변의 흑인 동료가 점점 사라졌다고 회상했다.
원주민(인디지너스) 출신 기술전문가 매슈 야지는 “가장 큰 장벽은 업계 내에서 성공한 원주민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기업들은 화려한 사무실을 꾸미는 데는 돈을 쓰지만, 원주민 인재 육성이나 멘토링 프로그램에는 투자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시스네로스는 여성과 유색인종이 기술업계에서 자리를 잡기 위해 “기회의 불균형과 네트워크의 벽을 동시에 넘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최근 근무하던 소프트웨어 기업 알터릭스(Alteryx)를 떠나 현재 라틴계 전문직 단체(ALPFA) 시애틀 지부 부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그러나 기업 후원과 예산 축소로 단체 프로그램마저 줄어드는 현실에 “포용은 구호로만 남았다”고 말했다.
시스네로스는 “이제는 단지 내 일을 잘하고 싶다”며 “HR 부서에 불평을 쏟아내는 게 아니라, 그냥 이메일을 쓰고 프로젝트를 완수하며 일하고 싶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다양성은 더 이상 이미지 홍보가 아닌 생존 전략”이라며 “채용 수치보다 중요한 것은 조직문화의 실질적 변화”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시애틀의 기술기업들은 여전히 ‘혁신의 도시’라는 외피 아래, 내부의 불평등과 배제 구조를 극복하지 못한 채 ‘포용의 역설’을 드러내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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