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 필리핀 축제 최악의 참사…SUV 돌진에 어린이 포함 11명 숨져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필리핀 문화 축제 현장에 차량이 돌진해 어린이를 포함해 11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경찰은 사건 직후 30세 남성 카이-지 아담 로(Kai-Ji Adam Lo)를 체포하고 2급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검찰청은 로에게 8건의 2급 살인 혐의를 적용했으며, 추가 기소 가능성도 열어뒀다고 밝혔다. 수사 당국은 이번 사건이 테러와는 무관하며, 용의자가 정신건강 문제로 과거 여러 차례 경찰 및 의료기관과 접촉한 이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로는 현재 구금 중이며, 변호인은 아직 선임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는 27일 오후 8시경, 밴쿠버 남부 지역에서 열린 '라푸라푸 데이(Lapu Lapu Day)' 축제장에서 발생했다. 검은색 아우디 SUV 차량이 인파로 가득 찬 거리에 진입해 수십 명을 덮쳤다. 경찰은 로를 현장에서 체포했으며, 다수의 부상자 중 일부는 중태에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목격자들은 차량이 바리케이드를 천천히 통과한 뒤 갑자기 급가속해 사람들을 향해 돌진했다고 증언했다. 팝업 부스를 운영하던 크리스 팡길리난(Kris Pangilinan)은 "차량이 마치 F1 머신처럼 가속했다"며 "사람들이 음식 트럭 높이까지 튕겨 오르는 끔찍한 장면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당시 상황을 담은 영상에는 부서진 SUV 차량과 거리에 쓰러진 피해자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경찰에 따르면 로는 경찰이 도착하기 전, 현장에 있던 시민들과 보안요원들에 의해 먼저 제압됐다. 소셜미디어에 퍼진 영상에는 울타리 앞에 선 로가 "미안하다"고 말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경찰은 영상에 대한 구체적 언급을 피했지만, 로가 체포된 후 바로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특히 캐나다 연방 총선을 하루 앞두고 발생해 사회 전반에 충격을 안겼다. 마크 카니 총리는 예정돼 있던 선거 유세 일정을 전면 취소하고, 피해자 가족들과 공동체에 위로를 표했다. 그는 "어젯밤, 수많은 가족이 사랑하는 이를 잃었다. 모든 캐나다인과 함께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밴쿠버 시장 케네스 심(Kenneth Sim)도 "밴쿠버 역사상 가장 어두운 날"이라며, 시민들에게 "공포 속에서도 우리 도시는 여전히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필리핀 대통령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는 성명을 통해 "희생자들과 가족들에게 깊은 위로를 전한다"며, "주밴쿠버 필리핀 총영사관이 캐나다 당국과 긴밀히 협력해 사건을 철저히 조사하고 피해자 지원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필리핀 외교부 역시 "캐나다에 거주하는 100만 필리핀계 공동체를 위해 기도한다"고 전했다.
'라푸라푸 데이'는 16세기 스페인 탐험가에 맞서 싸운 필리핀 원주민 지도자 라푸라푸를 기리는 날이다. 밴쿠버는 2021년 기준 전체 인구의 5.9%인 약 3만8,600명이 필리핀계 주민으로 구성돼 있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총리 데이비드 에비는 "어제의 비극이 필리핀 공동체에 대한 존중과 축하의 의미를 무색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필리핀계 커뮤니티는 이 지역 사회 곳곳에서 헌신적으로 기여해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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