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1990년과 판박이"...반복되는 WA 대홍수, ‘100년 홍수’ 개념 흔들

최근 워싱턴주 전역을 강타한 홍수가 과거 대형 수해와 유사한 양상을 보이면서, 이른바 ‘100년 홍수’ 개념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홍수가 예외적 사건이 아니라, 수십 년간 반복돼 온 구조적 재난의 연장선에 있다고 분석한다.
중부 워싱턴주 레번워스 인근 웨나치강 유역은 이러한 반복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지역이다. 이 지역에 거주하는 메이휴(Mayhew) 가족은 1965년 강변에 별장을 마련한 이후, 수차례 대형 홍수를 겪었다. 1990년에는 범람한 강물이 주택 마당을 휩쓸었고, 1995년에는 강변 토지 약 150피트가 유실됐다. 2006년에는 홍수로 떠내려온 나무와 통나무가 주택 인근까지 밀려왔다.
그리고 지난 12월 11일, 웨나치강은 다시 제방을 넘었다. 가족들은 모래주머니로 지하실 침수를 막으려 했지만, 수위 상승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번 홍수로 주택 뒤뜰에는 쓰러진 나무 수십 그루가 쌓였고, 지하 공간은 침수 피해를 입었다.

(1975년 12월 4일, 시더 강이 범람하며 메이플 밸리의 주택들이 물에 잠겼다. Photo: Vic Condiotty / The Seattle Times)
이 같은 사례는 새롭지 않다. 1975년 12월 워싱턴주 전역을 강타한 대홍수 당시에도, 지역 언론에는 “제방이 사라졌다”, “모든 것이 떠내려갔다”는 증언이 이어졌다. 1990년 홍수 역시 주요 하천의 기록적인 범람으로 광범위한 피해를 남겼다. 반세기가 지났지만, 피해 양상과 주민들의 증언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1989년 스카짓 강 북쪽에 위치한 집에서 대피하던 부부. Photo: Barry Wong / Seattle Times)
미 지질조사국(USGS)은 과거 보고서에서 “서부 워싱턴에서 발생하는 모든 대형 홍수는 강수의 강도와 지속 시간에 의해 결정된다”고 밝혔다. 특히 최근 빈번해진 대기강(atmospheric river) 현상은 단기간에 대량의 비를 쏟아내며 홍수 위험을 급격히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USGS는 또 ‘100년 홍수’라는 표현이 오해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퓨젯사운드로 유입되는 서부 워싱턴 하천에서는 통계적으로 약 4~5년에 한 번꼴로 ‘100년 홍수’ 규모의 범람이 발생한다.
USGS는 또 ‘100년 홍수’라는 표현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해당 용어는 100년에 한 번 발생하는 홍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매년 1% 확률로 발생할 수 있는 규모의 홍수를 뜻하는 통계적 개념이다. 실제로 퓨젯사운드로 유입되는 서부 워싱턴 하천에서는 통계적으로 약 4~5년에 한 번꼴로 ‘100년 홍수’ 규모의 범람이 발생한다는 분석도 제시됐다.
실제 수치도 이를 뒷받침한다. 스노호미시강의 경우, 1990년 11월 기록된 기존 최고 수위와 올해 12월 11일 기록된 최고 수위의 차이는 1피트에도 미치지 않았다. 기록이 갱신되지 않았더라도, 저지대 주택과 농지는 동일한 침수 피해를 입었다.
다만 농업 피해 양상은 과거와 다소 달라진 모습이다. 워싱턴주 농무부는 “이번 홍수로 인한 가축 피해는 제한적이며, 1975년이나 1990년대처럼 대규모 폐사는 보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는 홍수 예측 기술과 사전 대피 체계가 일정 부분 효과를 거둔 결과로 풀이된다.
워싱턴주 낙농협회도 “농가와 주정부, 관련 기관 모두 홍수 대응 경험이 축적됐다”며 “강수 예보와 수위 예측의 정확도가 과거보다 크게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피해 규모가 줄었다고 해서 위험 자체가 줄어든 것은 아니라고 경고한다. 기후 패턴 변화로 대기강 현상이 잦아지면서, 대형 홍수 발생 간격은 오히려 짧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1975년, 1990년, 그리고 2025년. 시기만 달랐을 뿐 워싱턴주의 홍수는 발생 원인과 피해 구조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과거의 기록이 현재의 경고로 작동하지 못한 사이, 같은 재난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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