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불안 속 금값 사상 최고치…“트럼프 관세·셧다운이 불안 키웠다”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안전자산인 금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국의 정부 셧다운 사태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 정책, 그리고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하 기조가 맞물리며 투자자들이 대거 금으로 몰리고 있다.
뉴욕 현물시장에서 지난 16일 금값은 트로이온스당 4,326달러로 마감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날 선물가격은 장중 한때 4,344달러까지 치솟았다가 4,300달러 아래로 소폭 하락했지만, 이번 주 금 가격은 6.7% 상승해 연중 최고 주간 상승률을 나타냈다.
금 선물가격은 올해 들어 약 60% 급등했다. 1월 초 온스당 2,670달러 수준이던 금은 현재 4,268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같은 기간 은값은 70% 이상 뛰어 온스당 50달러를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이번 급등의 핵심 배경으로 경제 불안 심리 확대를 지목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올 들어 세계 각국에 고율의 수입 관세를 잇따라 부과하며 무역 전쟁이 장기화된 데다, 연방정부 셧다운으로 핵심 경제지표 발표가 중단되고 수십만 명의 공무원이 무급 상태에 놓이면서 경기 불안이 급속히 번지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중국산 제품에 대해 ‘더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다가, 이후 “지속 불가능하다”며 한발 물러서는 등 정책 혼선이 투자심리를 크게 위축시켰다. 여기에 미 고용시장은 둔화되고, 인플레이션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며 ‘경기침체 조짐’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연준의 완화적 통화정책도 금값 상승을 자극하고 있다. 연준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으며, 올해 안에 두 차례 추가 인하를 예고했다. 낮은 금리는 달러 자산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반면, 금과 같은 실물자산의 가치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금융시장의 불안도 금 수요를 부추기고 있다. 최근 미국 내 일부 지역은행들이 대출 부실 우려로 주가 급락세를 보였고,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는 이틀 사이 2.7% 하락하는 등 위험자산에서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이 같은 ‘금 러시’는 귀금속 시장 전반에도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미국 내 금 거래상들은 “최근 고객들이 보유 중인 금 장신구나 가보를 감정받거나 매각하려는 문의가 급증했다”고 전했다. 반면 금값 급등으로 인해 금 장신구 소비는 급감하며 ‘가격 쇼크’를 호소하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한편, 세계 각국 중앙은행의 금 매입 증가도 금값 상승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러시아, 중국, 인도 등 주요 신흥국 중앙은행들은 달러 자산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금 보유량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경제 불안기에 금 거래가 급증하면 가격 변동성도 커질 수 있다”며 “금은 안전자산으로 인식되지만, 지나친 집중투자는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또한 금 채굴 수요가 급등하면서 수은 오염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국제환경단체들은 “불법 금 채굴 과정에서 사용되는 수은이 강과 토양을 오염시키고 어류를 통해 인체에 축적돼 신경계 손상과 발달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며 경고했다. 실제로 세네갈, 멕시코, 페루 등지에서는 금 채굴 관련 수은 중독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이 인플레이션과 경기위험에 대한 완충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분산투자의 한 수단”이라며 “시장 변동성이 큰 만큼 단기 급등에 휩쓸리지 않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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