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체류 부모 자녀도 시민권 인정…대법원, 트럼프 행정명령 기각

미국 연방대법원이 불법체류자와 단기 체류자의 자녀에게 출생시민권을 제한하려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위헌으로 판단하며 효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연방대법원은 30일 수정헌법 14조가 보장하는 출생시민권 원칙을 유지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 태어난 자녀는 외국 외교관 자녀 등 극히 제한적인 예외를 제외하고 부모의 체류 신분과 관계없이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게 된다.
존 로버츠 연방대법원장은 다수 의견에서 "시민권은 권리를 누릴 수 있는 권리이자 미국 공동체의 일원으로 참여할 권리"라며 "수정헌법 제14조가 모든 미국 출생자에게 약속한 원칙을 오늘 다시 확인한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에는 로버츠 대법원장을 비롯해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과 진보 성향 대법관 3명이 다수 의견에 합류했다. 브렛 캐버노 대법관은 연방법에 따라 해당 자녀들이 시민권을 취득한다는 점에는 동의했지만, 헌법 자체가 이를 보장한다는 해석에는 반대 의견을 냈다.
반면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 등 보수 성향 대법관 3명은 트럼프 행정명령이 합헌이라는 소수 의견을 제시했다. 토머스 대법관은 "법원이 수정헌법 제14조의 본래 취지를 벗어난 해석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1월 두 번째 임기 첫날 불법체류자와 학생비자 소지자, 취업비자 체류자 등 시민권자가 아닌 부모에게서 태어난 자녀의 자동 시민권 부여를 제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러나 여러 연방법원이 잇따라 집행을 중단시키면서 실제 시행되지는 못했다.
이번 판결로 미국의 출생시민권 제도는 현행대로 유지되게 됐다. 연구기관들은 해당 행정명령이 시행될 경우 매년 미국에서 태어나는 약 25만명 이상의 신생아가 시민권 취득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추산해 왔다.
출생시민권은 1868년 제정된 수정헌법 제14조에 근거를 두고 있으며, 연방대법원은 1898년 '웡 킴 아크' 판결을 통해 미국에서 태어난 외국인 부모의 자녀도 시민권을 가진다는 원칙을 확립한 바 있다.
Copyright@KSEATTLE.com
(Photo: NBC New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