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수원 뽑고 데이터센터 건설…WA 중부 ‘농업→테크’ 급변

워싱턴주 중부 지역에서 과수원이 사라지고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는 등 산업 구조가 급격히 재편되고 있다.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수요 확대에 따른 인프라 투자로 농업 중심 경제가 기술 산업 중심으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워싱턴주 첼런 카운티 말라가 지역에서는 최근 투퀼라 기반 기업 사베이가 약 80에이커 부지를 매입해 체리 과수원을 철거하고 데이터센터 캠퍼스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수십 년간 이 지역에서 과수원을 운영해온 농업인들은 변화의 속도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말라가에서 30년 넘게 사과를 재배해온 농부 댄 리치먼드는 “함께 일하던 수확·전정 인력들이 일자리를 잃고 다른 일을 찾아야 했다”며 “안타깝지만 막을 수 없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중부는 오랜 기간 과수 산업의 중심지로 알려졌으나, 최근에는 데이터센터 집적지로 빠르게 변모하고 있다. 인근 그랜트 카운티와 더글러스 카운티에서 시작된 변화는 이제 첼런 카운티로 확산되는 추세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이 지역에 데이터센터 확장을 추진 중이며, 다수 개발업체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지역 사회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일부 주민은 세수 증가와 일자리 창출 등 경제적 효과를 기대하는 반면, 다른 주민들은 토지 경쟁 심화와 자연환경 훼손, 생활 환경 변화 등을 걱정하고 있다.
현지 과수 농가인 딜런 루버는 “공사 인력 이동으로 교통 혼잡이 심해졌고, 자연 경관이 콘크리트 시설로 대체되고 있다”며 “지역의 정체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데이터센터 단지는 축구장 수십 개 규모에 달하는 대형 시설로 조성될 예정이다.
농업 쇠퇴는 이미 진행 중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첼런 카운티 관계자 케빈 오버베이는 “농업은 고령화와 자동화, 농장 대형화 등으로 수년간 어려움을 겪어왔다”며 “데이터센터는 이러한 변화 이후 들어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첼런·더글러스 카운티의 농업 일자리는 2018년부터 2023년 사이 약 25% 감소했으며, 첼런 카운티 농지 역시 2017년 이후 약 1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데이터센터는 새로운 경제 기반으로 평가된다. 마이크로소프트 데이터센터 건설 현장에는 현재 약 650~700명의 인력이 투입됐으며, 완공 이후에도 약 250명의 상시 고용이 예상된다. 또한 수십억 달러 규모 투자에 따른 재산세 수입 증가와 지역 인프라 개선 효과도 기대된다.
실제 마이크로소프트는 지역 소방서 개보수를 위해 150만 달러를 지원했으며, 전력 수급 문제 해소를 위해 별도 전력망 구축 등 대책도 마련한 상태다.
일부 지역 사업자들은 공존 가능성에 주목한다. 말라가에서 와이너리를 운영하는 앨 매튜스는 “전력과 비용 부담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면 데이터센터와 농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물 자원 문제는 여전히 핵심 쟁점으로 남아 있다.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수자원 수요가 증가할 경우 농업용수 확보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우물 개발과 저수지 확충 등에 5천100만 달러 이상을 투자했지만, 장기적 수급에 대한 우려는 지속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워싱턴 중부가 향후 농업과 첨단 산업이 공존하는 방향으로 재편될지, 또는 산업 중심축이 완전히 이동할지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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