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주 생활비에 무너지는 중산층…“집 사는 건 이제 꿈”

워싱턴주의 높은 생활비가 주민들의 일상과 미래 계획을 압박하고 있다. 주거비와 식비, 교통비는 물론 자녀 양육비와 노후 준비까지 부담이 커지면서 비교적 안정적인 소득을 가진 가정에서도 생활이 빠듯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워싱턴주의 기업 지도자들로 구성된 워싱턴 라운드테이블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워싱턴주는 미국에서 생활비가 다섯 번째로 높은 주로 나타났다. 지역 라디오 방송 KUOW가 실시한 주민 설문에서도 높은 생활비는 가장 많이 언급된 주요 관심사 가운데 하나였다.
페더럴웨이에 사는 57세 조디 스미스는 최근 남편과 40년간의 결혼생활을 정리하고 새 아파트로 이사하는 과정에서 높은 주거비를 실감했다. 첫 달과 마지막 달 월세, 반려동물 보증금 등을 합쳐 입주에만 5천달러가 넘게 들었다. 헤드스타트 교사인 그는 성인 손자와 친구를 함께 살게 하면서 월세 부담을 나누고 있다.
스미스는 2015년 시애틀의 최저임금 인상을 반겼지만 이후 물가도 빠르게 오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열심히 일하는 미국인들이 살아남기 위해 애쓰고 있다”며 “이제는 작은 사람들에게 남는 것이 없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주택 구입의 꿈을 접은 젊은 세대도 있다. 페더럴웨이의 34세 티모시 그랜트는 2018년 형과 함께 구입한 뷰리엔의 주택을 코로나19 이후 가격이 급등했을 때 매각했다. 현재 워싱턴대 타코마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는 그는 다시 집을 사려면 소득의 절반을 저축해도 5~6년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 매각 대금은 학비와 기름값, 자동차 보험, 인터넷 요금 등에 사용하고 있으며, 현재는 친구 집의 방을 빌려 생활하고 있다.
시애틀로 이주한 32세 의사 시바니 싱도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 미주리주 출신인 그는 시애틀의 높은 물가가 “문화적 충격”이었다며 “이곳에서 아이를 키우고 집을 소유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의대 학자금 대출이 수십만달러에 이를 수 있는 만큼 전문직 종사자조차 주거비와 부채 상환 부담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이다.
육아비 부담도 만만치 않다. 올림피아 소방관인 35세 노아 스카트베트는 아내가 워싱턴대에서 전공의로 근무하는 등 맞벌이를 하고 있지만 2세 딸의 보육비로 월세보다 더 많은 돈을 지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부모와 장모에게까지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아이를 키우면서 필요할 때마다 없던 돈을 찾아내 써야 할 줄은 몰랐다”고 했다.
노년층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메리스빌에 사는 71세 수 맥마힐은 2022년 텍사스에서 워싱턴주로 돌아왔지만, 차량 사고 이후 배달 일을 중단하면서 생활이 빠듯해졌다. 현재 소득의 절반가량을 월세로 지출하는 그는 지역 푸드뱅크의 도움도 받고 있다. 결국 치솟는 주거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남편의 아들이 사는 미시간주 남서부로 이주하기로 결정했다.
반면 렌턴에 사는 30세 마크피라 크렁은 최근 텍사스에서 워싱턴주로 이주해 보잉에서 새 직장을 시작할 예정이다. 그는 주택 구입보다는 안정적인 노후 생활을 더 걱정하고 있다. “95세가 돼서도 원해서가 아니라 돈이 없어 계속 일해야 할까 봐 두렵다”고 말했다.
이들 주민의 정치적 성향과 경제적 상황은 서로 다르지만, 높은 생활비가 일상적인 지출을 넘어 주거와 자녀 양육, 주택 구입, 은퇴 이후의 삶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는 공통된 목소리를 냈다. 특히 일부는 높은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동거하거나 가족의 도움을 받고, 아예 워싱턴주를 떠나는 선택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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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Ismailciydem / Getty Image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