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법원, 트럼프 ‘H-1B 비자 10만달러 수수료’ 제동…“위헌·위법”

미국 연방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도입한 H-1B 전문직 취업비자 신청 수수료 10만달러 부과 조치를 무효로 판단하면서 외국인 전문인력 유치 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확산하고 있다.
미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연방지방법원의 레오 소로킨 판사는 8일 H-1B 비자 신청 기업에 10만달러의 수수료를 부과하도록 한 행정부 조치가 연방 행정절차법(APA)과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결했다.
소로킨 판사는 해당 수수료가 사실상 세금에 해당하지만, 의회가 행정부에 이를 부과할 권한을 위임한 적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는 앞서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조치에 대해 대통령의 권한을 벗어난 것이라고 판시한 사례도 근거로 제시했다.
이번 소송은 뉴욕주를 포함한 20개 주 정부가 제기했다. 소송을 주도한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법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의사와 교사 등 수많은 전문 인력이 H-1B 비자를 통해 미국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며 "법원이 해당 프로그램을 훼손하려던 불법적 시도에 제동을 걸었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즉각 항소 방침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뉴욕에서 기자들과 만나 "연방 판사들이 계속해서 행정부 정책을 가로막고 있다"며 "현재 사법 시스템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H-1B 비자 제도는 1990년 도입된 미국의 대표적인 전문직 취업비자 프로그램으로, 정보기술(IT) 업계를 중심으로 해외 고급 인력을 채용하는 데 널리 활용돼 왔다. 연간 발급 한도는 일반 쿼터 6만5천건과 미국 대학 석·박사 학위 소지자 대상 2만건 등 총 8만5천건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대통령 포고령을 통해 기존 2천∼5천달러 수준이던 신청 비용을 10만달러로 대폭 인상했다. 그는 H-1B 제도가 미국인 일자리를 대체하고 국가 경제 및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고액 수수료 부과 이후 일부 기업들이 프로그램 참여를 중단했고, 행정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2월 중순까지 실제 납부된 10만달러 수수료는 85건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백악관은 성명을 통해 "대통령은 미국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 외국인의 입국을 제한할 명확한 권한을 갖고 있다"며 "H-1B 제도는 수십 년간 남용돼 왔고, 이번 판결은 항소심에서 뒤집힐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기술기업과 경제계가 인력난 해소를 위해 H-1B 비자 확대를 요구하는 가운데 나왔다. 향후 항소심 결과에 따라 미국의 전문인력 이민 정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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