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복제한 딸 목소리…WA 전직 경찰 30시간 끌려다니며 송금

워싱턴주에서 인공지능(AI)으로 복제된 딸의 목소리를 이용한 납치 협박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피해자는 26년 경력의 전직 경찰관이었지만, 실제 가족의 목소리와 구분하지 못한 채 30시간 넘게 범인의 지시에 끌려다니며 거액을 송금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워싱턴주 가필드에 거주하는 마크 영(75)은 지난 3월 딸로부터 다급한 전화를 받았다. 당시 시애틀에서 열린 공연을 보러 갔던 딸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교통사고를 당했고 위험한 상황에 처했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이어 자신을 구조대원이라고 소개한 남성이 전화를 넘겨받았고, 곧 스코틀랜드 억양의 또 다른 남성이 등장해 자신이 마약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딸이 교통사고로 자신의 마약 거래를 방해했고, 현장을 목격해 납치했다”며 돈을 요구했다. 또 딸을 살해하거나 성매매 조직에 넘길 수 있다고 협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은 여러 차례 전화 속 ‘딸’과 대화했다고 믿었다. 그러나 수사 결과 이는 실제 목소리를 학습한 AI 음성 복제 기술로 드러났다. 범인들은 딸의 음성 데이터를 이용해 실제 말투와 억양까지 정교하게 재현한 것으로 추정됐다.
베트남전 참전 경력까지 있는 전직 경찰관 영은 당시 상황에 대해 “평생 그렇게 무력감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며 “사랑하는 사람이 전화기 너머에서 고통받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공포는 상상 이상”이라고 말했다.
범인은 영에게 전화를 끊지 못하게 한 채 워싱턴·아이다호 일대 은행과 월마트 등을 돌며 송금하도록 지시했다. 영은 결국 멕시코로 총 1만3천달러를 송금했고, 추가로 1만7천달러를 인출하려다 은행 직원의 기지로 사태가 중단됐다.
당시 워싱턴연방은행(WaFd) 풀먼 지점의 부지점장 알렉스 나바로는 영이 건넨 메모를 보고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했다. 나바로는 시간을 끌며 동료에게 경찰 신고를 요청했고, 출동한 경찰은 영의 아내와 실제 딸에게 연락해 무사 여부를 확인했다.
딸이 안전하다는 사실을 확인한 영은 은행 안에서 눈물을 터뜨린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경찰과 연방수사국(FBI)은 AI 음성 복제 기반 협박·사기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미 연방거래위원회(FTC) 역시 가족 목소리를 모방한 AI 사기 수법이 확산하고 있다며 송금, 암호화폐, 기프트카드 요구는 대표적 위험 신호라고 경고했다.
영 부부는 사건 이후 가족끼리만 아는 ‘비밀 암호(safe word)’를 정해둘 것을 권고했다. 마크 영은 “그 목소리는 완벽하게 딸이었다”며 “나는 끝까지 진짜가 아니라고 의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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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luckystep/Getty Image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