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민 억류 정책 '위법' 판결…WA 이민자들 '보석 석방' 길 열린다

워싱턴주 연방 판사가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자 보석 심사 거부 정책을 위법으로 규정하며, 타코마 이민 구금 센터에 억류된 일부 이민자들이 보석으로 석방될 권리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연방지방법원 티파니 카트라이트 판사는 1일 집단소송에 대한 요약판결을 통해 "특정 이민자들은 의무 구금 대상이 아니며, 보석 심사 기회 없이 억류하는 것은 이민·국적법(INA)을 위반한다"고 밝혔다. 이번 소송은 타코마 소재 ‘노스웨스트 이민자 구치소(ICE Processing Center)’에 수감된 이민자들을 대표해 제기됐다.
타코마 이민 법원은 그동안 대부분의 보석 청구를 기각해왔으며, 지난 7월 토드 라이언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국장 대행이 이를 전국적으로 확대 적용하는 방침을 채택하면서 사실상 이민자들의 보석 청구 길이 막혔다. 새 규정은 합법적 체류 자격이 없는 모든 이민자를 원칙적으로 구금 상태에 두도록 해 논란을 불러왔다.
이 정책은 미국 내에서 수십 년간 거주해온 이민자들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변호인단은 지적했다. 실제 사례로는 아이오와주에서 강도 사건에 휘말려 총격을 당한 뒤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가 오히려 구금된 이민자가 있다.
카트라이트 판사는 판결문에서 “지역 사회와 강한 유대가 있고 범죄 기록조차 없는 이민자들까지 보석 심리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법률의 본래 취지에 어긋난다”며 “이들 또한 보석을 청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강조했다.
이번 판결은 타코마 구금센터에 국한되며 전국적인 선례로 적용되지는 않는다. 노스웨스트 이민자 권리 프로젝트(NWIRP)의 맷 애덤스 변호사는 "이번 타코마 판결은 해당 도시 구금자에만 적용되며, 전국 ICE 센터에 대한 선례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캘리포니아에서 제기한 유사 소송과 함께, 전국적으로 보석 심리 권리를 확대 적용하는 판결을 이끌어내는 데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시민자유연맹(ACLU)도 매사추세츠주에서 연방정부를 상대로 유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ACLU 매사추세츠 지부의 대니얼 맥패든 변호사는 “정부가 미국 내에서 체포한 사람을 계속 구금하려면 판사 앞에서 정당한 이유를 입증해야 한다”며 “헌법적 권리와 법률적 권리 모두 보석 심리를 보장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소송의 대표 원고인 로만 로드리게스 바스케스는 워싱턴주에서 16년간 거주해온 인물로, 지난 3월 구금되면서 소송이 제기됐다. 당시 자료에 따르면 타코마 이민 법원은 보석 심리가 청구된 사건의 단 3%만 허가해, 전국에서 가장 낮은 비율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7월 8일 발표한 새로운 규정은 “미국에 합법적으로 입국하지 않은 모든 비시민(non-citizens)은 추방 절차가 끝날 때까지 원칙적으로 구금되며, 단지 국토안보부의 재량적 조건부 석방(parole)만 가능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번 판결은 미국 이민·국적법의 핵심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이민자 권리 보호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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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KOMO New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