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점에 산 집, 팔아도 본전”…미 주택 투자 수익률, 17년 만에 최저
미국에서 집을 사서 단기간 내 되파는 이른바 ‘플리핑(flipping)’ 투자의 수익률이 17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집값 상승과 매물 부족이 겹치면서 투자자들의 이익 폭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부동산 데이터 업체 애텀(Attom)에 따르면 올해 2분기(4~6월) 미국에서 이뤄진 주택 플리핑의 평균 투자 수익률(비용 제외 전 기준)은 25.1%로 집계됐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투자자가 주택을 매입해 다시 매도할 때 남기는 ‘총이익(gross profit)’은 1년 전보다 13.6% 줄어든 6만5천300달러(약 8천9백만 원)에 불과했다. 애텀은 최근 12개월 내 다시 매각된 주택을 플리핑으로 정의했다.
플리핑 주택의 중간 매입 가격은 25만9천700달러로, 200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중간 매도 가격은 32만5천달러로 집계돼 1분기와 같았다.
전문가들은 “저가 주택마저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투자자들의 초기 매입 비용이 급격히 상승했다”며 “역대 최고 수준의 집값이 플리핑 수익성을 갉아먹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주택 시장은 공급 부족으로 저가 매물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투자자들의 매입 비중이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2분기 플리핑 거래는 총 7만8천621건으로 전체 주택 거래의 7.4%를 차지했다.
투자자의 전체 매입 규모도 늘었다. 부동산 데이터 업체 배치데이터(BatchData)에 따르면 올해 2분기 투자자들은 총 34만5천752채를 사들였으며, 이는 1분기 대비 15% 증가한 수치다. 다만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12% 줄었다.
미국 전체 단독주택 약 8천600만 채 가운데 현재 20%가량은 투자자 소유로 파악된다. 팬데믹 이후 집값이 급등하면서 자가 매입이 어려워진 무주택자들이 늘어난 반면, 현금을 동원하거나 기존 주택 담보 자산을 활용할 수 있는 투자자들이 시장을 주도하는 흐름이다.
한편, 2012년 가을 당시 플리핑 수익률은 62.9%에 달했으나 이후 주택 가격 상승과 함께 하락세를 이어왔다. 최근 고금리 여파로 거래량이 줄고 매물이 쌓이는 가운데, 당분간 투자자 중심의 주택 시장 재편이 이어질 전망이다.
Copyright@KSEATTL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