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전 꼭 확인해야 할 입국 수수료…각국 ‘국경 통행료’ 급증

해외여행을 떠날 때 항공권과 숙박비만 계산해서는 안 되는 시대가 됐다. 비자 없이 입국할 수 있는 국가들도 전자여행허가 비용이나 관광·환경 부담금 등을 별도로 부과하면서 여행객들의 추가 부담이 커지고 있다.
미국 유타주 프로보에 사는 의료교육자 브라이언 클라크는 최근 뉴질랜드 여행을 준비하면서 18시간의 시차와 장거리 비행을 감수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입국을 위해 별도의 비용을 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뉴질랜드는 대부분의 외국인 방문객에게 국제 방문객 보전·관광 부담금(IVL) 100뉴질랜드달러를 부과한다. 여기에 미국인 등 비자면제 대상 여행객은 전자여행허가(NZeTA) 비용도 내야 한다. NZeTA는 신청 방식에 따라 17~23뉴질랜드달러가 추가된다. IVL 수입은 관광과 자연환경 보전에 각각 절반씩 사용된다.
이처럼 국경에서 여행객에게 비용을 부과하는 제도는 여러 나라로 확산하고 있다. 영국은 미국인을 비롯한 80여개 국가·지역의 비자면제 여행객에게 전자여행허가(ETA)를 요구하고 있으며, 현재 수수료는 1인당 20파운드(약 27달러)다. ETA 수수료는 도입 당시 10파운드에서 16파운드, 다시 20파운드로 두 차례 인상됐다. ETA가 없는 여행객은 올해 2월 25일부터 항공사로부터 탑승을 거부당할 수 있다.
유럽연합(EU)도 전자여행정보·허가 시스템(ETIAS)을 도입할 예정이다. 비자가 필요 없는 비EU 국가 여행객이 유럽 30개국을 단기 방문할 때 적용되며 수수료는 20유로(약 23달러)로 책정됐다. 다만 아직 시행일은 확정되지 않았다.
호주는 국적에 따라 적용되는 입국 허가와 비용이 다르다. 미국·캐나다·일본 등 일부 국가 여행객은 전자여행허가(ETA)를 이용하며 정부 앱을 통한 신청 수수료는 20호주달러(약 14달러)다. 반면 영국과 유럽 등 일부 국가의 여권 소지자가 이용하는 eVisitor는 무료다. 여행객이 두 제도 중 하나를 임의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도 입국 관련 비용을 올렸다. 전자여행허가제(ESTA) 수수료는 지난해 9월 30일 21달러에서 40달러로 인상됐고, 육로 국경에서 발급받는 I-94 수수료 역시 6달러에서 30달러로 올랐다.
항공권에 포함된 세금과 별도로 이 같은 비용이 부과된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55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항공 승객들이 항공권에 부과된 특정 세금으로 낸 금액만 지난해 약 604억달러에 달했다. 여기에는 별도로 부과되는 입국 허가비나 관광 부담금 등은 포함되지 않는다.
출국할 때는 무료? 체류기간 넘기면 벌금
입국 수수료가 늘고 있지만 출국할 때 별도의 비용을 부과하는 국가는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
다만 체류기간을 넘긴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인도네시아는 관광객이 출국할 때 별도의 출국세를 받지는 않지만, 체류기간을 초과하면 하루 100만루피아(약 60달러)의 벌금을 부과한다. 공항에서 출국하기 전에 벌금을 납부해야 한다.
따라서 여행객들은 입국 허가비뿐 아니라 관광세와 환경 부담금, 비자 비용, 체류기간 초과에 따른 벌금 등 목적지에서 요구하는 비용을 출발 전에 확인할 필요가 있다.
‘공식 사이트’인 줄 알았는데…전자여행허가 사기도
전자여행허가 제도가 확대되면서 이를 노린 사기도 늘고 있다. 정부 공식 사이트와 비슷한 주소와 디자인을 내세운 사설 웹사이트가 검색 결과 상단에 노출된 뒤 실제 정부 수수료보다 훨씬 많은 돈을 받고 신청서를 대신 제출하는 방식이다.
클라크의 동료도 이런 사이트에 속았다. 검색 결과의 첫 번째 링크를 공식 사이트로 착각해 신청했고, 실제 정부 수수료보다 많은 돈을 지불했다. 그는 더 비싼 비용을 내면 승인이 빨라지는 것으로 생각했지만 실제 처리에는 다른 신청자와 마찬가지로 72시간이 걸렸다.
전자여행허가를 신청할 때는 검색 결과만 믿지 말고 해당 국가 정부가 안내하는 공식 웹사이트나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신속 승인’이나 ‘대행’을 내세우는 사이트라고 해서 정부 심사가 빨라지는 것은 아니다.
유럽 여행 앞두고 있다면 ETIAS와 EES 구분해야
유럽 여행객들이 특히 주의해야 할 것은 아직 시행되지 않은 ETIAS와 이미 시행 중인 출입국 시스템(EES)을 혼동하지 않는 것이다.
현재 ETIAS는 신청을 받고 있지 않다. EU가 구체적인 시행일을 발표하기 전까지 신청을 받는다고 광고하는 웹사이트는 공식 ETIAS 신청 사이트가 아니다. 시행 이후에는 대부분의 신청이 수분 내 처리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추가 서류가 필요한 경우 최대 며칠이 걸릴 수 있다.
반면 EES는 이미 시행됐다. EES는 솅겐 지역 외부 국경에서 비EU 단기체류 여행객의 출입국 정보를 전자적으로 기록하는 시스템으로, 처음 입국할 때 지문과 얼굴 사진 등 생체정보가 등록된다. EES 자체에는 별도의 여행 허가 수수료가 없다.
결국 해외여행을 계획할 때는 항공권 가격뿐 아니라 목적지의 최신 입국 규정과 추가 비용까지 함께 확인해야 한다. 특히 전자여행허가가 필요한지, 수수료가 얼마인지, 어디에서 신청해야 하는지를 출발 전에 확인하는 것이 예상치 못한 비용이나 탑승 거부를 피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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