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비행도 위험” ICE, 시택공항서 이민 신청자 잇단 체포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규모 이민단속이 공항으로 확대되면서 시애틀-타코마 국제공항(시택공항)에서도 범죄 전력이 없고 이민 절차가 진행 중인 비시민권자들이 잇따라 체포되고 있다고 현지 이민 변호사들이 전했다.
시애틀에 거주하는 23세 아미나 칼리파는 지난 10일 푸에르토리코에서 휴가를 보낸 뒤 휴스턴을 경유해 시택공항에 도착했다가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에게 체포됐다. 모로코 출신인 칼리파는 2023년 학생비자로 미국에 입국했으며 현재 비자는 만료됐지만 망명 신청이 진행 중이고 범죄 전력은 없다고 변호사 올리아 카탈라는 밝혔다.
지난 19일에도 ICE 요원들이 시택공항에서 최소 한 명을 비행기에서 내리게 한 뒤 게이트에서 체포했다고 시애틀의 이민 변호사 제인 오설리번이 전했다. 이 역시 비자 체류기간을 넘긴 사람이었지만 이민 신청이 진행 중인 상태였다고 오설리번은 밝혔다. 두 사람 모두 타코마의 북서부 ICE 구금시설로 이송됐다.
특히 최근 단속의 특징은 과거 수년간 외국 여권이나 취업허가증을 이용해 별다른 문제 없이 국내선을 이용했던 사람들까지 체포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지 변호사들에 따르면 현재 단속 대상에는 범죄 전력이 없는 사람은 물론, 망명 신청이 진행 중이거나 미국 시민권자와의 결혼을 통한 영주권 신청이 계류 중인 사람도 포함되고 있다.
카탈라는 "매우 전례가 없고 부당한 일"이라며 시택공항에서 체류기간이 만료된 학생비자 소지자들이 단속됐다는 문의를 최소 2건 더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은 정해진 절차를 따랐지만 그 절차가 이들을 보호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변호사들은 과거에는 이민 신청이 진행 중인 체류기간 초과자에 대한 단속이 우선순위가 아니었다고 설명한다. 향후 합법적 신분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추적하는 것이 행정적으로 효율적이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대규모 추방 정책을 강화하면서 하루 2천명의 이민 체포를 목표로 제시하는 등 단속 범위를 확대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캘리포니아와 콜로라도, 텍사스 등을 포함해 최소 15개 공항에서 이민단속이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시택공항을 운영하는 시애틀항만공사는 지난 19일 공항 경찰이나 보안요원에게 이민단속 관련 신고가 접수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공항 측은 연방 이민당국의 단속 활동에 사전에 통보받거나 관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ICE 측은 트럼프 행정부가 불법 체류자의 국내선 항공편 이용을 더 이상 용인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ICE 대변인 제이슨 추디는 "이 행정부는 미국 내 불법 체류자들이 국내선을 이용하는 것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민 변호사들은 망명이나 영주권 신청 처리에 수년이 걸리는 상황에서 이민자들이 일상적인 국내선 여행까지 포기해야 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미국 내 계류 중인 망명 신청만 2026년 3월 기준 140만건을 넘어선 가운데, 일부 신청자는 인터뷰까지 수년을 기다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애틀의 이민 변호사 비센테 오마르 바라사는 "과거에는 범죄 전력이 없고 이민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면 국내선 여행을 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이 당연했다"며 "이제는 더 이상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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