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에 또 밀린 월급…미국인 실질임금 4개월 연속 하락

미국에서 물가 상승률이 임금 상승률을 웃돌면서 근로자들의 실질임금이 4개월 연속 감소했다. 팬데믹 이후 이미 구매력이 크게 떨어진 가운데 노동시장까지 약화하면서 미국인들의 생활비 부담이 다시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정부가 이달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7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보다 3.4% 상승했지만 시간당 임금은 3.2% 오르는 데 그쳤다. 물가 상승분을 감안하면 실제 임금의 구매력이 줄어든 셈이다.
실질임금은 임금에서 물가 상승분을 반영한 것으로, 근로자가 실제 소득으로 구매할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의 양을 보여주는 지표다. 실질임금이 장기간 하락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팬데믹 이전에는 경기 상황에 따라 실질임금 상승폭이 둔화하거나 확대되더라도 임금의 구매력이 장기간 하락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물가가 급등하면서 2021년 2월부터 2022년 6월까지 미국 근로자의 평균 구매력은 4% 이상 감소했다.
최근 하락폭은 당시만큼 크지 않지만 높은 생활비 부담과 맞물리면서 소비자들의 경제 인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시간대 조사에서 향후 1년간 자신의 소득 증가율이 물가 상승률을 웃돌 것으로 예상한 응답자는 8%로, 지난해 말 18%에서 크게 줄었다.
팬데믹 이후 임금 회복도 순탄하지 않았다. 시카고대 연구진이 수백만명의 임금 자료를 분석한 결과, 같은 직장에 계속 근무한 근로자의 43%가 2021~2024년 실질임금 감소를 경험했으며 이들의 실질임금은 평균 9% 줄었다.
특히 50세 이상 근로자들이 더 큰 타격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직을 통한 임금 상승 기회를 얻기 어려운 데다 이직하더라도 젊은 근로자보다 인상폭이 작은 경우가 많았다.
노동시장 약화로 근로자들의 협상력도 떨어지고 있다. 글래스도어의 수석 경제학자 대니얼 자오는 "근로자들의 힘이 약해지고 균형추가 다시 고용주 쪽으로 이동했다"고 분석했다.
실질임금 하락은 정치적 부담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024년 대선 당시 실질임금 상승률이 낮았던 지역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의 지지세가 상대적으로 강해졌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 만큼, 구매력 감소가 이번에는 현직 집권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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