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여행이 '악몽'으로…5시간 줄 서고 비행기 놓치는 여행객 속출

유럽연합(EU)이 출입국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도입한 새로운 생체정보 기반 국경 통제 시스템으로 유럽 주요 공항에서 장시간 대기와 환승 실패가 잇따르며 여행객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새 제도는 유럽 자유이동지역(셴겐 협정 가입 29개국)을 방문하는 역외 국가 여행객을 대상으로 지문과 얼굴 정보를 등록해 출입국을 관리하는 방식이다. 보안 강화를 위한 조치지만, 초기 운영 과정에서 공항마다 심각한 병목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벨기에 브뤼셀공항에서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도착한 한 여행객이 입국심사를 통과하는 데 5시간 15분을 기다렸다고 밝혔다. 장시간 대기로 예약했던 렌터카를 받지 못해 약 740달러를 추가 지불해야 했으며, 일부 승객들은 줄이 조금씩 움직일 때마다 바닥에 앉은 채 몸을 끌어 이동할 정도였다고 전했다.
이 같은 혼란은 브뤼셀만의 문제가 아니다. 포르투갈 리스본공항에서는 대기시간이 한때 6시간에 달했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는 항공사 KLM이 출국심사 지연으로 환승편을 놓치는 승객이 평소의 두 배 수준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프랑스 파리와 덴마크 코펜하겐 등에서도 수시간 대기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 브뤼셀을 경유해 미국 워싱턴 D.C.로 향하던 한 여행객은 약 2시간 30분 동안 줄을 선 끝에 연결편을 놓쳤으며, 공항 직원들이 쿠키와 사탕을 나눠줬지만 여행객들의 불만은 오히려 커졌다고 말했다.
항공업계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저비용항공사 라이언에어는 EU의 새 제도를 "관료주의적 어리석음"이라고 비판했으며, 공항과 항공사들은 혼잡이 예상될 경우 생체정보 수집을 사전에 일시 중단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공항 인력 부족과 운영상의 문제도 원인으로 지목하면서도 시스템의 기술적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이에 따라 장시간 대기가 발생할 경우 지문과 안면정보 수집을 일시 중단할 수 있는 예외 조치를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공항들은 대응책 마련에도 나서고 있다. 포르투갈은 국경심사 인력을 369명 증원하고 사전 정보 등록 앱을 도입해 리스본공항의 최대 대기시간을 6시간에서 약 1시간 수준으로 줄였다. 브뤼셀공항도 약 60대의 생체정보 등록 키오스크를 설치했지만 현재 시험 운영 중으로 아직 본격 가동되지 않고 있다.
다만 모든 공항이 혼란을 겪는 것은 아니다. 일부 공항은 비혼잡 시간대에는 대기시간이 10~20분 수준에 그치는 등 비교적 원활하게 운영되고 있다.
EU는 초기 혼선에도 불구하고 새 시스템이 정착되면 국경 보안을 강화하는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출입국 심사도 더욱 신속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당분간은 유럽을 방문하거나 환승하는 여행객들에게 평소보다 충분한 공항 도착 시간을 확보할 것이 권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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