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출산비 ‘폭탄’ 예고…내년부터 산전·산후 진료 건별 청구 전환

미국에서 출산 관련 의료비 청구 방식이 내년부터 전면 개편되면서 예비 부모들의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기존에 산전 진료부터 분만, 산후 관리까지 하나의 묶음으로 청구되던 방식이 개별 서비스별로 세분화되는 구조로 바뀌기 때문이다.
미국산부인과학회(ACOG)와 미국의사협회(AMA)는 2027년 1월부터 산전 진료, 분만, 산후 관리 전반에 대해 ‘건별 청구(fee-for-service)’를 적용하는 새로운 진료 코드 체계를 도입할 예정이다. 방문 횟수와 검사, 상담, 원격 진료 등 각 서비스 단위로 비용을 나눠 산정하는 방식이다.
이번 개편은 현재의 ‘번들(bundled) 청구’ 방식과 정반대 성격이다. 기존에는 임신 기간 전체 진료 과정을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 정액에 가깝게 청구해왔지만, 앞으로는 개별 의료 행위마다 코드가 적용돼 비용이 분리된다.
ACOG는 이번 변화가 실제 진료 현실을 더 정확하게 반영한다고 설명한다. 고령 임신과 고위험 임신이 증가하면서 산모별 진료 필요성이 크게 달라졌고, 조산사·병원 전문의·모성태아의학 전문의 등 다양한 의료진이 출산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도 배경으로 꼽힌다.
기존 체계에서는 산전 방문 횟수가 사실상 고정된 평균값으로 설정돼 있었고, 분만 역시 진행 시간이나 난이도와 무관하게 동일 코드로 처리돼 왔다. 의료계는 이러한 구조가 진료 다양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해 왔다.
다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공제금이 높은 건강보험 가입자의 경우 산전 진료와 산후 관리 과정에서 청구 항목이 세분화되면서 본인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커먼웰스펀드의 로리 제퍼린 박사는 “청구 항목이 늘어나는 만큼 비용이 환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보험업계 역시 제도 전환에 따른 행정 부담과 비용 증가를 우려하고 있다.
핵심 쟁점은 기존에도 일부 항목이 별도 청구로 처리되고 있었다는 점이다. 초음파 검사, 혈액 검사, 전문의 진료 등은 이미 개별 비용으로 청구돼 왔고, 분만 역시 병원 시설 이용료와 의료진 진료비가 각각 산정되는 구조였다. 그러나 이번 개편은 이러한 분리 구조를 더욱 확대해 산전·산후 관리 전반을 ‘패키지’가 아닌 ‘항목 단위’로 재구성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전문가들은 실제 비용 증가 여부는 보험사와 미국 메디케어·메디케이드서비스센터(CMS)의 최종 적용 방식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에서는 매년 약 360만 명이 출산하며, 고용주 제공 보험 가입 가정의 평균 본인 부담금은 약 2천743달러 수준으로 추산된다. 전체 출산의 약 41%는 공공보험인 메디케이드가 담당하고 있어, 해당 계층에는 직접적인 영향이 제한적일 전망이다.
의료계는 이번 개편이 산후 관리 체계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현재는 번들 방식으로 인해 산후 진료 과정에서 어떤 서비스가 제공됐는지 파악하기 어려워 연구와 정책 개선에도 제약이 있었다는 평가다.
특히 산후 우울증, 대사질환, 심혈관 변화 등 출산 이후 장기 건강 관리의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산후 진료를 별도로 보상하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반면 고용주 단체와 일부 보험 전문가들은 진료 항목 증가가 결과적으로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의료 서비스 이용이 늘어나는 구조 자체가 비용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제도 개편은 의료 서비스의 투명성과 정밀도를 높이려는 취지와 함께, 실제 환자 부담 증가 가능성이라는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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