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증상 20년 전부터 시작?…전문가들이 주목한 경고 신호

치매 예방의 핵심 시점이 노년이 아닌 '중년'이라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나오면서 40~60대 생활습관 관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치매가 단순히 노화에 따른 뇌 질환이 아니라 수십 년에 걸쳐 축적된 대사 이상, 염증, 혈관 손상 등의 결과로 나타난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치매를 유발하는 생물학적 변화는 증상이 나타나기 15~20년 전부터 시작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신경과학자들은 중년을 뇌 건강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골든타임'으로 평가하고 있다.
"중년이 마지막 기회"…치매 예방 패러다임 변화
미국 예일대 간호대학 노화웰빙센터를 이끄는 신경과학자 미이아 키비펠토 박사는 "중년은 치매 위험을 낮출 수 있는 마지막이자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과거에는 뇌가 성인기에 접어들면 큰 변화 없이 유지되다가 노년기에 쇠퇴한다고 여겨졌지만 최근 연구들은 중년에도 뇌와 신체에서 중요한 변화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스탠퍼드대 연구진은 지난해 대사 기능과 면역체계, 심혈관 건강과 관련된 단백질 변화가 40대 중반과 60대 초반에 집중적으로 나타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들 요소는 뇌 혈류와 에너지 공급, 염증 조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전문가들은 이 시기에 수면 부족과 운동 부족, 만성 스트레스가 누적되면 뇌 노화가 가속화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운동·수면·식단…뇌 건강 지키는 '3대 요소'
최근 연구들은 중년의 생활습관이 향후 치매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의학저널 JAMA 네트워크 오픈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중년기에 꾸준히 신체활동을 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치매 위험이 40~45% 낮았다.
또 올해 4월 발표된 300만 명 이상 대상 메타분석에서는 하루 7~8시간 수면, 주당 150분 이상의 유산소 운동, 장시간 좌식 생활 감소가 치매 위험 감소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습관 역시 중요한 요소다.
10만 명을 30년간 추적한 연구에서는 중년기에 채소와 과일 등 식물성 식품 위주의 식단을 유지하고 초가공식품 섭취를 줄인 사람들이 노년기에도 인지 기능과 정신 건강을 더 잘 유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진은 특히 깊은 수면이 뇌 속 노폐물과 알츠하이머병 관련 단백질을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취미와 인간관계도 중요
전문가들은 운동과 식습관 못지않게 지속적인 학습과 사회적 교류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새로운 언어를 배우거나 악기 연주, 창의적인 취미 활동 등에 도전하는 과정은 뇌의 '인지 예비능(Cognitive Reserve)'을 높여 노화에 대한 저항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 3월 학술지 '뉴롤로지(Neurology)'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독서, 글쓰기, 박물관 방문 등 인지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알츠하이머병 발병 시점이 평균 5년 늦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관계 역시 뇌 건강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대화와 모임, 친구 관계는 기억력과 주의력, 언어 기능을 지속적으로 자극하는 효과가 있다.
"치매 위험 절반 가까이 줄일 수 있다"
국제 의학 학술지 랜싯(Lancet) 위원회는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치매 사례의 약 45%가 생활습관과 건강관리 등 수정 가능한 위험요인을 통해 예방 또는 지연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주요 위험요인으로는 청력 손실과 높은 LDL 콜레스테롤, 우울증, 외상성 뇌손상, 신체활동 부족, 당뇨병, 흡연, 고혈압, 비만, 과도한 음주 등이 꼽혔다.
전문가들은 치매 예방이 특정 연령대만의 과제가 아니지만, 가장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시기는 중년이라고 입을 모은다.
캐나다 요크대 연구진의 아킨쿤레 오예-소메펀 연구원은 "나이가 젊을수록 건강한 생활습관이 치매 위험을 낮추는 효과가 더 크다"며 "중년의 선택이 노년기 뇌 건강을 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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