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1B 규제 강화에 시애틀 이민 IT 인력 ‘귀국 고민’ 확산

미국 취업비자(H-1B) 제도 규제 강화와 기술 업황 둔화가 맞물리면서 시애틀 지역 이민 기술 인력들이 미국 잔류 여부를 재검토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비자 유지의 불확실성과 고용 축소가 동시에 심화되며 장기 정착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인도 출신 엔지니어 아비셱 아비앙카르는 2014년 유학을 계기로 미국에 건너온 뒤 시애틀에서 직장을 얻어 정착했지만, 최근 귀국 가능성을 현실적인 선택지로 검토하고 있다. 그는 “체류 자격이 고용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구조 속에서 미래를 계획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H-1B 비자는 전문직 외국인 인력 유치를 위한 핵심 제도로, 시애틀 기술 산업 성장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미 이민당국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워싱턴주 기업들이 승인받은 H-1B 비자는 15만 건을 넘으며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익스피디아 등 주요 기업들이 이를 통해 인력을 확보해왔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제도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해외 신청자에 대한 최대 10만 달러 수수료 도입, 심사 강화, 임금 기준 상향 추진 등으로 기업과 근로자 모두의 부담이 커지면서 제도 활용 자체가 위축되는 흐름이 나타난다.
실제 올해 H-1B 추첨 신청 건수는 약 34만 건으로 전년 대비 26% 감소했다. 고용주가 제출하는 임금 승인 신청 역시 2026 회계연도 초 기준 20%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업들이 비용과 규제 부담을 고려해 H-1B 채용을 축소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고용 시장 상황도 악화됐다. 시애틀 지역 주요 기술기업들이 인공지능(AI) 투자 확대 등을 이유로 최근 대규모 감원을 단행하면서 채용 수요가 급격히 둔화됐다. H-1B 비자 소지자는 해고 시 60일 내 새로운 고용주를 확보하지 못하면 출국해야 하는 구조적 제약을 안고 있어 고용 불안이 곧 체류 불안으로 이어지는 상황이다.
이민자 개인의 선택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시애틀에서 근무 중인 일부 기술 인력은 급여 감소를 감수하더라도 본국으로 돌아가는 방안을 선택하고 있다. 인도 출신 엔지니어 바라트는 “영주권 취득까지 수십 년이 걸릴 수 있는 현실에서 가족의 안정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특히 국가별 쿼터로 인해 인도 출신 신청자의 경우 영주권 대기 기간이 수십 년에 이르는 점이 주요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로 인해 많은 이민 기술 인력이 장기간 임시 체류 상태에 머무르는 구조적 문제가 지속돼왔다.
비자 규정에 따른 이동 제한 역시 부담을 키우고 있다. 해외 출국 후 재입국을 위해 필요한 비자 발급 절차가 지연되거나 취소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가족 방문조차 어려워지는 경우가 늘고 있다. 최근에는 캐나다 등 제3국에서 비자를 갱신하는 절차도 제한되며 불편이 가중됐다.
일부는 이미 미국을 떠났다. 중국 출신 게임 개발자 정양 리는 비자 연장 불확실성으로 지난해 가족과 함께 중국으로 이주했다. 그는 “오랜 기간 쌓아온 경력과 생활 기반을 한 번에 정리해야 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재까지는 개인 단위 이동이 주를 이루고 있으나, 제도 불확실성과 고용 둔화가 지속될 경우 중장기적으로 인재 유출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 특히 이민 인력 비중이 높은 시애틀의 경우 소비와 주택시장 등 지역 경제에도 파급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현지 이민 기술 인력들은 여전히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한 개발자는 “비자와 고용, 생활 전반이 모두 불안정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미국에 남는 것이 최선인지 근본적으로 고민하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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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Lindsey Wasson/Getty Image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