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체류자 은행 못 쓴다?” 미 ‘시민권 확인’ 추진 파장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은행 고객의 시민권 정보를 의무적으로 수집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금융권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언론에 따르면 미 재무부는 신규 고객뿐 아니라 기존 계좌 보유자에 대해서도 시민권 또는 체류 신분 정보를 확인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는 금융 시스템 내 외국인 신원 파악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최근 워싱턴DC 행사에서 “은행은 고객을 알아야 할 의무가 있다”며 “합법적 체류 여부나 시민권 상태를 모른 채 어떻게 고객을 이해할 수 있겠느냐”고 밝혔다. 이어 “불법 체류자는 은행 시스템을 이용할 권리가 없다”고 주장했다.
현재 미국 금융기관은 ‘고객확인제도(KYC)’에 따라 이름, 생년월일, 주소, 사회보장번호(SSN) 또는 개인납세자식별번호(ITIN) 등을 확인해야 하지만, 시민권 여부까지 확인할 의무는 없다.
이번 조치가 시행될 경우 금융권의 행정 부담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보수 성향 싱크탱크 아메리칸액션포럼은 은행권 전반에서 최대 7천만 시간 이상의 추가 업무와 약 26억~56억 달러(약 3조6천억~7조7천억원)의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금융업계에서는 제도의 실효성과 합법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특히 기존 고객까지 포함한 대규모 신원 재확인 작업은 현실적으로 부담이 크고, 개인정보 보호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민자 권익 단체들은 비시민권자의 금융 접근이 제한될 경우 세금 납부와 경제활동 참여가 오히려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은행 계좌 이용이 어려워지면 현금 중심의 ‘비공식 경제’로 내몰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이민 정책 기조와 맞닿아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앞서 행정부는 유권자 등록과 인구조사 과정에서도 시민권 관련 질문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다만 행정명령의 구체적 내용과 시행 시기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며, 규제 당국과 업계 간 협의 과정에서 상당한 조정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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