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만장자 급증에도…정작 본인은 “여전히 중산층”

미국에서 ‘백만장자’로 분류되는 가구 수가 사상 최대를 기록했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스스로를 부유하다고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방준비제도 자료에 따르면 미국 가구의 평균 순자산은 100만달러를 넘어섰으며, 6가구 중 1가구가 자산 7자릿수를 보유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최근 백만장자 대열에 합류한 가구 상당수는 생활비 부담과 주거비 상승 탓에 “여전히 중산층 수준”이라고 인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부동산 플랫폼 질로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 내 200개 이상 도시에서 입문용 주택 가격이 100만달러를 넘어섰다. 이에 따라 100만달러 자산이 더 이상 ‘부의 상징’이 아닌 ‘출발선’이라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미국 노동통계국 자료는 100만달러의 실질 구매력이 30년 전 48만달러 수준으로 줄었다고 분석했다. 다시 말해 현재의 210만달러가 1990년대 초반 100만달러와 비슷한 가치를 갖는 셈이다.
부의 집중도 역시 커졌다. 전체 자산의 3분의 2가량이 상위 10%에 집중돼 있으며, 이들 평균 순자산은 약 810만달러에 이른다. 반면 하위 50%의 평균 자산은 6만달러 수준에 그친다. 코로나19 이후 주식과 주택 가격이 급등하면서 고소득층 자산은 크게 늘었지만, 중산층 이하 가구는 생활비 상승과 고금리 부담으로 체감 여력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은퇴 자산 비중이 크게 늘었다. 가계 자산에서 연금·퇴직계좌가 차지하는 비중은 1989년 7%에서 최근 20%를 넘어섰다. 확정급여형 연금이 줄고 401(k) 등 개인 책임형 퇴직연금이 확대되면서 은퇴 대비 부담이 개인에게 전가된 결과다.
주택 자산은 여전히 백만장자 재산의 약 30%를 차지하지만, 높은 집값과 7% 안팎의 모기지 금리는 신규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백만장자 수 증가는 사실이지만, 고물가·고금리 환경 속에서 자산 효과가 체감 소득으로 이어지지 않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한 자산관리 전문가는 “자산은 늘었지만 생활 안정감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며 “부의 기준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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