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주 수만명 메디케이드 상실 위기…연방 감축에 ‘직격탄’

워싱턴주에서 수만명이 올해 안에 공공의료보험을 잃을 위기에 놓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7월 서명한 이른바 ‘빅 뷰티풀 법안(HR1)’ 시행 여파로, 연방정부의 메디케이드 지원이 대폭 축소되기 때문이다.
HR1은 향후 10년간 메디케이드 연방 지출을 1조 달러(약 1천300조원) 감축하고, 재원 부담을 주 정부에 더 많이 떠넘기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2026년 12월 31일까지 각 주가 근로 요건을 도입하도록 의무화했다. 이에 따라 19∼63세 수급자는 매달 최소 80시간 이상 근로·학업·자원봉사를 해야 하며, 자격 증빙도 연 1회에서 6개월마다 제출해야 한다.
워싱턴주 보건의료청은 근로 요건과 자격 재심사 강화로 62만명 이상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추산했다. 연방 지원금도 수십억 달러 규모로 줄어들 전망이다.
주정부는 연간 약 210억 달러를 메디케이드에 지출하는데, 절반 이상이 연방 재원이다. 그러나 이미 대규모 재정 적자에 직면한 상황에서 감축분을 자체 재원으로 모두 메우기는 어렵다는 게 주의회 판단이다.
민주당 소속 니콜 매크리 주 하원의원(시애틀)은 “주정부가 연방 삭감분을 전액 보전할 여력은 없다”며 “보험을 잃는 주민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현재 워싱턴주의 무보험률은 5% 미만이지만, HR1 조항이 본격 시행되면 크게 오를 수 있다는 우려다.
가장 시급한 시점은 오는 10월로 꼽힌다. 특정 비시민권 성인(난민·망명자 등)에 대한 자격 축소로 약 3만명이 우선적으로 보험을 상실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2천700명은 요양시설 입소자이거나 장기요양 서비스를 받는 취약계층이다.
현장에서는 불안이 커지고 있다. 유방암을 겪은 뒤 만성 신장질환까지 진단받은 수전 벤루빈은 최근 실직 후 민간보험을 유지하기 어려워 애플헬스 가입을 모색했다. 그는 “나와 아이가 단 하루라도 보험이 끊기면 매달 수천 달러의 의료비를 감당해야 한다”며 “의료는 권리여야지, 쟁취해야 할 대상이 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공화당 소속 크리스 길던 주 상원의원(퓨얄럽)은 “진정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위한 제도여야 한다”며 근로 요건 강화에 원칙적으로 동의했다. 다만 중복 수급 정비 등 행정 효율화를 통해 재정을 절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메디케이드 축소가 수급자뿐 아니라 민간보험 가입자에게도 파급될 수 있다고 본다. 무보험자가 늘면 병원 재정 부담이 커지고, 이는 의료 접근성 전반의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워싱턴주 하원과 상원은 이번 주 예산안을 각각 공개할 예정이다. 재정 제약 속에서 메디케이드 재원을 어디까지 방어할 수 있을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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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WSNA/Matt Vivio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