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맡기다 파산 위기”…미 보육비 폭등에 부모들 ‘돌봄 축소’

미국에서 치솟는 보육비 부담으로 자녀 돌봄을 줄이거나 아예 포기하는 가정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부 지역에서는 보육비가 주립대 학비를 웃도는 수준까지 올라 가계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컬럼비아대 빈곤·사회정책센터가 뉴욕시 가구 2천여 곳을 장기간 추적 조사한 ‘빈곤 트래커(Poverty Tracker)’ 최신 설문에 따르면, 12세 미만 자녀를 둔 가구의 약 15%는 최근 1년간 비용 부담으로 보육 서비스를 중단하거나 이용 시간을 줄인 경험이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비슷한 비율의 가구는 선택의 여지 없이 ‘질적으로 열악한 보육 환경’을 이용했다고 답했다. 이를 합산하면 가정 5곳 중 1곳이 보육비로 인한 직접적 어려움을 겪은 셈이다.
보육비 수준은 이미 한계선에 도달했다는 평가다. 아동복지단체 ‘제로 투 쓰리(Zero to Three)’에 따르면, 수십 개 주에서 연간 데이케어 비용이 주립대 등록금과 각종 수수료를 초과하고 있다. 실제로 한 조사 사례에서는 1세 영아 보육비가 주당 500달러에 달해 부모가 두 개의 일을 병행하고도 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경우가 보고됐다.
조사 책임자인 크리스토퍼 와이머 컬럼비아대 공동소장은 “식량 부족이나 주거 불안처럼 보육 역시 측정 가능한 생활고의 한 형태”라며 “보육비 문제는 단순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 지속 여부를 좌우하는 구조적 위기”라고 지적했다.
취약 계층일수록 타격은 컸다. 젊은 부모, 대졸 학위가 없는 가구, 흑인·히스패닉 가정에서 보육 관련 어려움을 겪었다는 응답 비율이 높았으며, 특히 한부모 가정의 경우 37%가 보육 축소나 질 낮은 보육 이용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책 환경도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뉴욕주 등 민주당 주도 5개 주에 배정된 약 100억 달러 규모의 연방 보육 지원금을 동결하려 했으며, 연방 법원은 이를 일단 제동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장기화될 경우 보육 시설 폐쇄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미국 경제정책연구소(EPI)에 따르면 미국 부모들은 영유아·미취학 아동 보육에 연간 약 420억 달러를 지출하는 반면, 주·연방 정부 지원 규모는 약 340억 달러에 그치고 있다. 격차는 고스란히 가계 부담으로 전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보육은 단순한 복지가 아니라 노동시장과 직결된 핵심 인프라”라며 “비용 부담을 방치할 경우 부모의 경제활동 중단과 아동 발달 격차가 동시에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Copyright@KSEATTLE.com
(Photo: Kids' Care Club)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