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 늘고 협상력 커졌다…시애틀 주택시장, 일부에겐 ‘매수 적기’

시애틀 지역 주택시장이 거래 둔화와 매물 증가 속에서 일부 수요자에게는 ‘매수 적기’로 평가받고 있다. 시장 전반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주택 유형과 입지에 따라서는 가격 조정과 협상 여지가 커졌다는 분석이다.
우딘빌에 거주하는 에반 지(Evan Gee, 34)는 당초 2025년에 새 집을 살 계획이 없었지만, 인근의 대형 주택이 4개월 넘게 매수자를 찾지 못한 것을 계기로 상황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가을 아내와 함께 해당 주택을 최초 매물가 150만 달러보다 22만 달러 낮은 가격에 매입했고, 기존에 거주하던 소형 주택은 매물로 내놓은 지 일주일 만에 세 건의 제안을 받아 약 72만 달러에 매도했다. 그는 “이보다 더 잘 풀릴 수는 없었을 것”이라며 “그 유형의 집을 사기엔 지금이 최적의 시기였다”고 말했다.
2025년 시애틀 지역 주택시장은 최근 수년 중 가장 거래가 부진한 해 중 하나로 기록됐다. 매물은 늘어난 반면 거래는 줄었고, 일부 지역에서는 가격 상승세도 둔화됐다. 다만 수요가 유지된 지역과 주택 유형에서는 가격이 소폭 상승하는 등 시장의 온도 차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제프 터커 윈더미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몇 년간의 흐름이 이어지면서 시장은 점차 매수자와 매도자 간 균형 상태로 이동하고 있다”며 “그동안 매도자 위주로 형성됐던 환경에 익숙한 시장 참여자들에게는 이 변화가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노스웨스트 다중상장서비스(NWMLS)가 발표한 연말 집계에 따르면 킹카운티의 지난해 단독주택 신규 매물은 전년 대비 10.5% 증가한 반면, 거래 완료 건수는 2.9% 감소했다. 스노호미시카운티 역시 신규 매물은 5.5% 늘었고 거래는 4.7% 줄어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경제 불확실성도 매수 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모기지 금리가 연말 기준 6.15%까지 내려왔음에도 불구하고, 고용시장 둔화와 구조조정, 여기에 봄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전방위 관세 발표로 인한 경제 불안이 맞물리며 매수자들의 관망세가 길어졌다는 분석이다. 터커는 “매수자는 정치·경제 뉴스에 즉각 반응할 수 있지만, 매도자는 그에 맞춰 빠르게 전략을 바꾸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남아 있는 매수자들은 과거보다 더 많은 선택지와 협상력을 확보하게 됐다. 시애틀 지역 중개인 앨리슨 아니는 “몇 년 전과 같은 긴박감은 거의 사라졌다”며 “지난해 거래한 고객 10명 중 단 한 명만 호가를 웃도는 가격을 지불했고, 나머지는 가격 인하나 매도자 양보를 이끌어냈다”고 전했다.
다만 주택 가격 자체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NWMLS에 따르면 킹카운티의 지난해 단독주택 중위가격은 약 97만5천 달러로, 전년 대비 2.6%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 소득 11만8천700달러 수준의 가구가 20% 다운페이먼트와 연 6% 금리로 해당 주택을 구입할 경우, 월 상환액이 소득의 절반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터커는 “시장 환경이 완화되고는 있지만, 주택 구매 부담은 여전히 지역의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콘도 시장은 상대적으로 더 큰 압박을 받고 있다. 킹카운티에서는 지난해 콘도 거래가 4.5% 증가했지만 신규 매물은 12% 늘어 공급 과잉이 해소되지 않았다. 스노호미시카운티에서는 거래가 줄고 매물은 증가했다. 콘도 중위가격은 킹카운티에서 소폭 상승했지만, 보험료와 유지보수 비용 상승이 소유 부담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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