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주 병원 위기 직면…메디케이드 삭감 추진에 대규모 폐쇄 우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한 공화당의 새 복지 예산안이 미 하원을 통과하면서 워싱턴주 의료계에 비상이 걸렸다. 해당 법안은 부유층 감세를 확대하는 대신 메디케이드(저소득층 건강보험)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이로 인해 워싱턴주 내 수십만 가구가 직접적인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워싱턴주 밥 퍼거슨 주지사는 5월 22일(목) 시애틀 하버뷰 메디컬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예산안이 상원을 그대로 통과할 경우 워싱턴주는 향후 4년간 최대 20억 달러의 메디케이드 예산을 잃게 될 것”이라며 “이는 의료 시스템 붕괴로 이어질 수 있는 중대한 위기”라고 경고했다.
퍼거슨 주지사에 따르면 현재 워싱턴주는 연간 약 210억 달러를 메디케이드에 지출하고 있으며, 이 중 130억 달러는 연방 정부가 부담한다. 하지만 이번 예산안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연방 지원금이 대폭 축소돼 주정부와 지역 병원에 막대한 부담이 전가될 전망이다.
하버뷰 병원 최고경영자(CEO) 소머 클레웨노 월리는 “연방 정부의 지원이 줄면 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환자들이 급증하게 된다”며 “이는 하버뷰를 비롯한 공공병원의 생존을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주 병원협회도 “주내 8개 농촌 병원이 메디케이드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으며, 일부 병원은 전체 수익의 58%를 메디케이드 환자에게서 얻고 있다”며 “예산 삭감 시 병원 폐쇄가 현실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메디케이드 수혜 가정의 부모들도 함께 자리해 절박함을 호소했다. 제니퍼 정 주얼 씨는 14세 아들 가브리엘과 함께 연단에 올라 “가브리엘은 몇 차례 수술을 받았고, 모두 메디케이드 덕분에 가능했다”며 “이 제도가 무너진다는 건 우리 아이의 삶이 위태로워지는 것과 같다”고 울먹였다.
현재 워싱턴주 전체 인구의 약 20%가 메디케이드에 가입돼 있으며, 이 중 약 80만 명은 아동이다. 퍼거슨 주지사는 “의사도, 진료소도 줄어들 수밖에 없고, 주민 누구든 피해자가 될 수 있다”며 “이번 법안은 잔인하고 파괴적인 조치”라고 비판했다.
이번 예산안에는 메디케이드 수급 자격을 강화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일할 능력이 있는 성인’은 일정 시간 이상 근로하거나 자원봉사를 해야만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제한하는 내용이다. 미 의회예산처(CBO)는 이 조치로 인해 전국적으로 약 770만 명이 메디케이드 수혜에서 탈락할 것으로 추산했으며, 이 중 수만 명이 워싱턴주 거주자다.
또한 법안에는 저소득층 식료품 보조 프로그램인 SNAP(구 푸드스탬프)도 10년간 2,670억 달러를 삭감하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퍼거슨 주지사는 “이 역시 각 주정부가 비용을 떠안게 돼 복지 공백이 더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재 해당 법안은 상원 심의 단계에 있으며, 수정 가능성이 존재하지만 통과될 경우 워싱턴주는 의료와 복지 분야에서 심각한 충격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퍼거슨 주지사는 “우리는 연방정부의 무책임한 삭감으로부터 주민들의 건강과 생명을 지켜야 한다”며 “워싱턴 주민들은 이번 사안의 심각성을 직시하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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