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주 명소 디셉션패스, ‘자살 방지’ 위해 90만 달러 예산 확보
워싱턴주 북서부의 대표적 관광 명소이자 자연경관으로 이름난 디셉션패스 다리(Deception Pass Bridge)가 자살 명소로 전락하면서 지역 사회가 고통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이를 막기 위한 예산이 처음으로 확보됐다.
워싱턴주 오크하버 출신 공화당 주상원의원 론 머졸은 최근 주 의회 회기에서 디셉션패스 다리의 자살 방지 설계 및 공사를 위해 총 90만 달러의 예산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디셉션패스 다리는 윗비 섬(Whidbey Island)과 본토를 잇는 길이 철제 아치 구조물로, 완공된 지 90년이 넘은 유서 깊은 다리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이곳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급증하면서 지역 주민들과 응급구조대원들 사이에 깊은 상처를 남기고 있다.
머졸 의원은 “이 다리는 더 이상 예전처럼 아름답지 않다”며 “사람들이 영감을 얻는 곳이 아니라 생을 마감하는 장소가 되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워싱턴주 정신 건강 위기가 심화된 최근 몇 년간, 구조대원들이 디셉션패스 다리로 출동하는 건수는 과거 월 1~2건에서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올해 들어서만 최소 17건의 자살 관련 출동이 있었으며, 이는 지난해 전체 36건에 근접하는 수치다.
머졸 의원은 “이제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 문제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지역 사회는 긍정적인 문구가 적힌 돌멩이를 다리에 놓거나, 911로 연결되는 비상전화기를 설치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자살 시도는 줄어들지 않았다.
이번에 확보된 예산 가운데 20만 달러는 가장 효과적인 자살 방지 대책을 연구하는 데 사용되며, 나머지 70만 달러는 실제 설계 작업에 투입될 예정이다. 머졸 의원은 안전망이나 펜스 설치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다리의 역사적 가치와 구조적 제약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쉽지 않은 작업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극단적인 선택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겠지만, 조금이라도 주저하게 만들고 그 사이에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만든다면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전직 소방관이기도 한 머졸 의원은, 현장에 출동해 시신을 수습하거나 찾지 못한 채 돌아와야 하는 구조대원들이 겪는 정신적 고통에도 주목했다. 그는 “시신을 찾으면 비극이고, 찾지 못하면 유족에게 더 큰 죄책감을 안게 된다”며 “응급 구조대원들도 이 고통의 일부를 안고 살아간다”고 덧붙였다.
머졸 의원에게 이 문제는 개인적인 의미도 크다. 그는 지금까지 두 명의 지인을 이 다리에서 잃었다며, “나는 이 다리를 지날 때마다 그들을 떠올린다. 너무 슬픈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디셉션패스가 다시금 사람들이 아름다움을 느끼는 장소로 돌아가길 바란다”며 “조금은 창의적인 접근이 필요하겠지만 반드시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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