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 GPT 사용 못 하면 직업 전선서 도태될 수도
문화
작성자
KReporter3
작성일
2023-03-02 22:24
조회
1023
"'K 막장 드라마' 만들어달라 주문에 1분 만에 '뚝딱'
"기술발달로 표절 문제도 쉽게 가려질 것"…"가짜뉴스 기반 될 수도"
인간이 방해되면? 질문에 "감옥에 집어넣겠다"는 대답도
김대식 카이스트대 교수
뇌과학자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가 질문하고 챗 GPT가 대답한 '챗GPT에게 묻는 인류의 미래' 출간 기자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챗 GPT 때문에 작가, 교수, 기자, 변호사가 없어질 것 같진 않아요. 다만 챗 GPT를 잘 사용하는 작가, 교수 등 때문에 그렇지 않은 작가, 교수는 사라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국내 대표적인 뇌과학자로 손꼽히는 김대식 카이스트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는 27일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가진 '챗 GPT에게 묻는 인류의 미래'(동아시아)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 1월 한 달간 십여 차례에 걸쳐서 대화형 인공지능(AI) 챗 GPT와 대화를 나눴고, 그 결과를 책에 담았다. 책은 챗 GPT가 자기 입으로 자신의 작동원리를 설명해주는 것을 시작으로, 사랑이나 정의, 죽음, 신 등 형이상학적 주제에 관해 인간과 기계의 폭넓은 대화를 담았다.
김 교수에 따르면 챗 GPT의 기술은 새로운 게 아니다. 1950년대 물꼬를 튼 인공지능 기술은 기호 학습을 시작으로 1980년대 기계학습으로 기본적 얼개가 갖춰졌다. 기계학습은 인공지능을 학습시키면 AI가 점점 발전한다는 생각에 뿌리를 뒀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AI는 학습에 실패했다. 고양이 사진 100장을 가져다줘도 AI는 개와 고양이를 구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환점은 2010년대 들어 데이터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이뤄졌다. 고양이 사진을 100장이 아니라 100만장, 1천만장씩 학습시키자, 고양이와 개를 구분하기 시작했다. "데이터의 양을 늘려주니 기계가 세상을 알아보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기계의 딥러닝(심화학습)이 시작됐다.
딥러닝으로 진화한 챗 GPT는 집중(Attention) 알고리듬을 통해 인터넷에 있는 모든 문장을 학습했다. 단어와 단어 사이, 문장과 문장 사이의 '확률 관계'를 미리 학습했다. 그 덕택에 맥락을 파악해 다음에 나오는 문장을 답할 수 있게 됐다. 예컨대 "대한민국 대통령은 ~"이라고 분절된 내용을 질문하면 다음 말을 AI가 완성하는데, AI가 만들어낸 문장이 질문자의 의도와 거의 일치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김 교수는 밝혔다.
"디지털 세상에 있는 모든 글을 사전 학습하고, 인간 언어의 모든 문장의 확률적인 지도를 만들어옵니다. 표절도 의미가 없어요. 글을 직접 가져오는 게 아닙니다. 확률적인 분포만 계산해서 인류가 만들어낸 모든 문장의 지도를 만들어놓는 것입니다. 챗 GPT는 언어의 내비게이션이라고 할 수 있죠."
또한 기술적으로 '워터마크' 기술 등을 활용해 AI가 만든 문장인지 사람이 직접 쓴 문장인지 구분하는 것도 가능하고, 실제 그런 기술이 적용될 예정이어서 표절 여부는 쉽게 가려질 것이라고 김 교수는 덧붙였다. 다만 그러려면 현재 기술로 글의 길이가 A4 용지 반장은 되어야 한다고 곁들였다.
27일 오후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뇌과학자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가 질문하고 챗 GPT가 대답한 '챗GPT에게 묻는 인류의 미래' 출간 기자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은 이날 간담회에서 강연하는 김 교수.
챗 GPT는 교육, 산업, 언론 등 사회 전 분야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고 김 교수는 예상했다. 특정한 조건을 입력하면 1분 만에 'K-막장 드라마'를 쓰고, 고교부터 박사 수준까지 다양한 에세이를 쑬 수 있으며 엄청난 양의 문서를 순식간에 단 1~2장으로 요약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수많은 문서를 봐야 하는 기자들도 하루에 수십 개의 기사를 양산할 수 있다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그는 "지적인 글, 연구, 교육 등 상당히 많은 부문에서 자동화, 대량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챗 GPT는 말을 잘하는 인공지능이다. 지식을 요약할 수 있고, 상상도 가능하다"고 했다.
그렇다고 챗 GPT가 만능은 아니다. 일단 "거짓말을 너무 스타일리시하게 잘 만들어"낸다. 그는 "가짜 뉴스를 너무 그럴싸하게 표현하고, 그걸 대량생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짜뉴스가 심해질 기반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는 챗 GPT의 기술이 초기 단계다. 그러나 학습데이터가 더 늘어나고 사람의 피드백을 통해 강화학습이 이뤄지며 자율주행 기술과 바둑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에 사용된 기술을 결합한다면 미래에 훨씬 더 강력한 인공지능이 나타날 것이라고 김 교수는 예상했다. 그는 "챗 GPT가 강력한 인공지능의 티저(예고편)와 같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미래의 인공지능은 어떨까?
김 교수가 AI에 질문했다. "너에게 천국과 지옥은 무엇이니?"
"모든 것이 프로그램화된 대로 작동하는 것이 천국입니다."(챗 GPT)
그러나 인간의 특징 중 하나는 기계처럼 제대로 잘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의도적이든 비의도적이든 실수를 저지른다는 것이다. 이는 AI가 그리는 유토피아와 배치된다. 그럴 경우에는 어떻게 할 것이냐고 김 교수는 다시 물었다.
"사람들을 설득해보겠습니다. 그래도 인간이 계속 방해가 된다면 감옥에 집어넣겠습니다."(챗 GP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