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다리살 정육 2kg 사서
반은 손질하여 보관하고
반만 닭갈비 만들었다.
껍질 모두 제거하고
양념장으로 버무린 후
센 불에 지지직 볶다가
양배추, 대파, 떡볶이 떡, 깻잎 듬뿍 넣고
뒤적인다.
(양념장은 고추장, 고춧가루,
올리고당, 다진 마늘 듬뿍, 생강가루,
맛술 넣고 미리 섞어둔다.)
떡볶이 떡이 들어갔으니
밥은 생략.
Tip. 닭갈비를 할 때는 닭다리살 정육을 사용하는 게 보드랍고 맛있다.
어린 시절
내가 살던 동네의 시장통에
'닭집' 이 있었다.
엄마는 시장에 가실 때마다
따라가겠다고 조르는 나를
데리고 가셨다.
내가 필사적으로 따라가려던 이유는
시장 입구 도넛 가게 때문이었다.
커다란 가마솥에서
바로 튀겨 설탕에 싹 굴려주는
꽈배기를 잊을 수가 없다.
그런데 가끔씩
엄마가 나를 데리고 가지 않을 때가 있었다.
어느 날 굳이 나를 떼어놓고 가시는
엄마를 몰래 쫓아갔다.
엄마의 걸음이 멈춘 곳은 바로 닭집.
몰래 숨어서 엄마가 무얼 사는지 지켜보는데...
그날 아홉 살 인생에 가장 끔찍한 광경을 목격한 것이다.
주인아저씨 손에는
깃털이 하얗고 벼슬이 빨간 닭이
쥐어져 있었고
그 녀석은 곧바로 가게 구석에 있는
탈수기(?) 비슷한 곳에 던져지더니
금세 털이 쏙 빠져나오는 것이다.
난 너무 놀라 앙앙 울다가 그만 바지에 실수를 하고 말았다.
엄마는 그날 밤 밤새도록
나를 달래시면서
네가 좋아하는 닭튀김을 만들려면
닭의 털을 제거해야 하고
그러자면 어쩔 수 없는 거라고.
그게 '닭의 운명'이라고
말씀하셨다.
끔찍한 광경을 내게 안 보여 주시려고
닭튀김하시는 날엔
나를 시장에 데리고 가지 않으신 거다.
트라우마는 어른이 되어서도
사라지지 않았는데
몇 년 전에 춘천에 갔다가 닭갈비 맛을 본 후
우습게도 극복이 되었다.
맛있는 음식은 트라우마도 극복하게 하나보다.
오늘도 굿모닝^^
이 레시피는 29년차 주부 명랑엄마의 아침일기 님이 제공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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