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stco 카드 제휴사 변경과 최저임금에 관한 단상
제가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카드를 처음 만들고 쓴 것은 1993년. 지금 제 아내가 된 여자친구와 그녀가 살고 있는 뉴욕도, 그리고 내가 살고 있는 시애틀도 아닌 제 3의 장소에서 함께 여행을 하기로 결정하고, 제가 미리 호텔이며 렌트카를 알아보는 과정에서, 크레딧 카드라는 것이 없으면 예약이란 걸 하는 데 있어서 너무 불편하다는 것을 느끼고 나서였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아멕스의 고객이 됐습니다. 처음엔 별로 이 크레딧카드를 쓸 일이 없었던 것이, 특히 아멕스의 경우 받지 않는 곳이 참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나서 나중에 비자 카드를 만들었고, 이게 대부분 생활에서 쓰였습니다. 한동안은. 그런데 저는 미국에 오고 난 지 얼마 안 되어 코스트코 회원으로 가입했고, 특히 결혼하고 나서 내 가정이 생기고 나서부턴 거의 모든 샤핑이 코스트코에서 이뤄졌습니다. 이 코스트코가 어느날부터 디스커버 카드만을 받기 시작했는데, 직업 때문에 오리건 주에서 살다가 워싱턴 주로 다시 이사올 무렵 코스트코와 디스커버 카드가 결별했고, 이때부터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카드가 디스커버 대신 코스트코와 제휴를 맺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20년 이상 계속해서 아멕스 카드의 고객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한국에는 골목 상권이 있다면, 그런 '골목'이 없는 미국엔 코스트코가 있습니다. 말 그대로 동네 사람들, 우리 성당 사람들을 마주치기 딱 좋은 장소지요. 무엇보다 신뢰할 수 있는 곳이라는 인식 때문에 그럴 겁니다. 물건 구매 단위가 커서 그렇지만, 저처럼 저보다 큰, 무엇을 먹어도 소화시켜버리며 쑥쑥 자라는 아들 둘을 갖고 있는 입장에서라면 코스트코는 없으면 안 될 고마운 존재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내가 아직 싱글일 때부터 우리 가족이 운영했던 스몰 비즈니스에서 판매하던 물건 대부분은 코스트코에서 떼어 온 것이기도 했지요.
그런데 얼마 전, 코스트코와 아멕스가 결별한다는 뉴스가 나왔습니다. 아멕스 측에서 코스트코에 수수료 인상을 요구했다가 속된 말로 뻰지를 맞은 거지요. 아멕스 카드 전체 고객의 8% 이상을 차지한다고 하는 코스트코가 가맹점에서 떨어져 나간다는 것이 악재가 됐던지, 아멕스의 주가는 쫙 빠져 버렸습니다. 코스트코는 내년 3월까지만 아멕스를 받으며, 그 이후로는 시티그룹에서 발행하는 비자카드를 사용한다는 발표를 했습니다. 뉴스가 발표된 날, 시티그룹과 비자의 주가가 상승하기도 했습니다.
코스트코 측은 고객들에게 최저가를 제공하는 데 있어서 카드 수수료를 낮추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저도 아마 내년 3월 이후로는 아멕스 카드를 쓸 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원체 비자가 사용되는 범위가 넓은데다, 무엇보다 우리 가족의 경우 거의 모든 쇼핑을 코스트코에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카드 수수료를 낮추는 것이 그렇게 큰 영향을 끼치는건가? 하는 궁금증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 내용을 한국의 현실과 연관시켜 놓으니 금방 이해가 됐습니다.
지금 한국에서는 최저임금에 관한 논의가 활발합니다. 아마 다음 총선에서도 최저임금이나 실질임금이라는 화두는 정치권의 중심 이슈가 될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미 최경환 경제부총리조차도 디플레이션을 우려하는 의견을 낸 바 있고, 이것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실질적으로 임금을 올려, 이것이 구매력으로 전환되고, 그것이 소비로, 다시 생산을 촉진시키는 힘으로 변화하는 것입니다. 최저임금 화두라는 면에서, 민주당(새민련) 같은 경우 시급 1만원을 이야기하고 있고, 이것이 아마 실질적인 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생각해보면 시간당 5천... 얼마요? 이것 가지고 알바생들의 생활이 된다고 생각하면 그런 분들은 한번 그렇게 벌으며 살아보시라 말씀드리고.
당장 최저임금 이야기하면 동네 골목상권 주인들의 이야기를 합니다. 어떻게 그런 돈을 주면서 사람을 쓰냐고. 그런데, 이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물어봤더니 대답은 '카드 수수료 인하'였다고 합니다. 실제로 카드 수수료와 배달앱 수수료 같은 것만 덜 내도 인건비가 커버된다는 것입니다. 사실 근본은 이 자영업자 포화시대를 종료시키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비정규직을 철폐하고 고용을 늘리며 안정화하는 것이지만, 일단 할 수 있는 방법은 카드 수수료 등으로 '이윤'을 빙자한 횡포를 일삼는 금융자본들을 적절하게 규제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것이야말로 정치권이 해 낼 수 있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통해 정치자금을 챙기는 정치인들이 많은 사회에선 요원한 방법이니 안타깝습니다.
그러니, 일단 소규모 자영업자들도 함께 모여 조합을 만들고 공동구매를 하고, 또 깨어 있는 시민들이 힘과 머리를 합쳐, 얼마전 서울대 인근에 뿌려졌던 배달앱 '샤달' 처럼 지역 주민들과 자영업자들이 연대를 하거나 하는 방식으로 금융자본과 독점 기업체들을 무력화 시키는 방법도 있을 것입니다. 코스트코처럼 유통을 장악한 큰 기업들은 그들 나름으로 금융자본의 기를 꺾는 것이 좋겠지만, 을들은 을대로 힘을 합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문득 해 봤습니다. 함께 조합을 만드는 방법이 여의치 않다면, 선거 등에서 표를 통해 집권세력을 무력화시키고 권익을 지켜달라는 요구를 함께 공동으로, 그것도 집중해서 힘을 모아서 하는 것이 즁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이런 식으로 한 부문, 한 부문에서 생각하고 실천하면 세상은 한 걸음이라도 조금 더 나은 쪽으로 나아가지 않겠습니까.
요즘 한국에서 논의되고 있는 최저임금 논의, 잘 됐으면 좋겠습니다. 사회는 원래 함께 잘 살자고 꾸려진 것일진대.
시애틀에서...